[이데일리 김연지 허지은 김채영 기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투자 집행이 여전히 쉽지 않지만,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고자 하는 투자사들의 의지는 나날이 강력해지는 모습이다. 갈수록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어 시장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23에서 “불확실성에도 기회는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GAIC 2023은 이데일리와 KG제로인이 공동 주최하는 연례 투자 컨퍼런스다. ‘대체투자, 다시 짜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 조슈아 츄 로스차일드 글로벌 M&A 디렉터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에서 ‘불확실성의 시대, 사모펀드와 VC의 전략’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대체투자, 다시 짜는 전략’을 주제로 열리는 ‘2023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는 코로나19로 기존에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던 많은 공식이 깨진 상황에서 대체투자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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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경기 속 투자, 수익률은 더 좋다”이날 ‘불확실성의 시대, 사모펀드와 VC의 전략’이란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 조슈아 츄(Joshua Chiu) 로스차일드앤코 M&A 디렉터는 “불경기 속 이뤄진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고 강조했다. 로스차일드앤코는 글로벌 금융계 큰손으로 통하는 로스차일드 그룹 산하의 운용사다. 회사는 전 세계 기업 고객을 상대로 기업 매물 정보를 공유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M&A 전략을 제시하면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츄 디렉터는 불경기로 밸류에이션 거품이 꺼지면서 매력적인 조건의 딜이 시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투자 업계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로스차일드앤코 고객 상당수도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상반기 대비 현재가 훨씬 활발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되겠지만, 투자사들의 의지가 강력해지고 있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넉넉한 점도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블랙스톤과 KKR, 토마브라보, 어드벤트인터내셔널, CVC 등 글로벌 주요 PE들의 평균 드라이파우더는 330억달러(약 43조7283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츄 디렉터는 “투자를 위한 글로벌 대기 자금이 쌓여 있다”며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신중하게 찾고 수익률을 올리려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기 PE와 VC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츄 디렉터는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ESG 부문과 의료기술이 미래 투자 테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PE와 VC들은 신재생에너지와 의료기술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며 “칼라일과 브룩필드를 비롯한 글로벌 PE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슈아 츄 디렉터는 향후 PE와 VC가 보다 나은 수익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자 전략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 투자를 눈여겨 봐야 한다”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국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운용사들이 종종 포착되고 있는데, 고금리 시대에 이러한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이정호 한양대학교 교수, 죠슈아 츄 로스차일드 글로벌 M&A 디렉터, 김수민UCK파트너스 대표, 테드 린 비즈니스커넥트차이나 회장, 김중완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대표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에서 ‘불확성의 시대, 사모펀드와 VC의 전략’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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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역량에 기반한 전략 다각화 필수적”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조슈아 츄 로스차일드앤코 M&A 디렉터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우선 김수민 유니슨캐피탈파트너스(UCK) 대표는 “현 상황은 바이아웃 거래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매물을 싸게 매입해 비싸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3~4년간은 상장사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딜 소싱이 쉽지 않았다”며 “현재는 조정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하기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만 운용사가 현 시장 상황에 끼워 맞추는 식의 어색한 투자 전략을 취하기 보다는 운용사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PE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보다 빠르게 성장시켜야 하고, 경쟁사를 앞서야 하며, 마진을 남겨야 한다”며 “운용사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VC 대표로 토론에 참석한 김중완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향후 4~5년 뒤 트렌드를 탈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못지 않게 VC 또한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에 트렌드를 탈 산업 및 성장 기업을 리서치하고 발굴하기에는 좋은 시기로 본다”고 했다.
패널로 참석한 테드 린 비즈니스커넥트차이나(BCC) 대표는 “모두가 두려워 할 때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 투자를 예제로 들었다. 그는 “중국 리스크가 종종 언급되면서 투자를 꺼리는 이들이 많은데, 지금은 중국 기업 혹은 중국의 색이 짙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업에는 중국계가 경영진으로 몸 담았던 곳이 많다”며 “현지 시장에서 살아남아 글로벌로 진출한 사례인데, 성장성을 봐서라도 중국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