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 Global Alternative Investment Conference 2020년 9월 17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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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C2019]"대체투자 무리한 자금집행 우려…경계해야"

입력시간 | 2019.05.31 18:42 | 이후섭 기자 dlgntjq@edaily.co.kr
시장 과열로 자금집행 압박…"언더라이팅 기준 허술"
"보수적 시나리오 가정해 수익률 방어에 고민해야"
리스크 관리도 주의…"분명한 실사 선결돼야"
이데일리와 KG 제로인이 공동 주최하는 제1회 글로벌 대체투자콘퍼런스(GAIC2019) 종합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윤현 윌리스 타워스 왓슨 한국대표, 현준상 컴플리먼트 캐피탈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테드 린 비즈니스 커넥트 차이나 회장.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많은 자금이 대체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다만 기관들이 무리한 자금집행으로 대체투자에 나선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31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 진행된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19)에서 “과거 2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투자가 유동성 프리미엄, 접근성 프리미엄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다만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더 풀릴리는 없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를 늘리는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인가는 의문”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대체투자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영역이 광범위해지고 있다. 신윤현 윌리스 타워스 왓슨 한국대표는 “레버리지론은 10년 전에 통용되지 않던 상품이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채권 수요가 높아지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레버리지론이나 다이렉트랜딩에는 거품이 끼어있고 크레딧 사이클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업무집행사원(GP) 입장에서도 대체투자 시장이 과열돼 자금집행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 대표는 “유동성공급자(LP)들이 자금집행을 빨리 안 하느냐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자금집행 시에도 돈을 빌리러 온 회사가 ‘갑’이 되는 상황이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준상 컴플레먼트 캐피탈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도 “국내 기관 또는 경영진 간 대체투자 실적 경쟁으로 인해 풍부해진 현금유동성을 대체투자에 밀어넣는 상황이 생기면서 언더라이팅 기준이 허술해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현금이 남는다고 해서 그 돈을 꼭 해당연도에 집행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체투자는 현지 시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분야별로 현지실사를 철저하게 시행한 후에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기준이 단편적인 수익률 중심이라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현 대표는 ”국내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목표수익률을 다양한 대체투자전략들의 예상수익률 평균값으로 보지 않고 모든 대체투자건들이 동일하게 포트폴리오 목표수익률 또는 배당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 대체투자건의 리스크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일률적인 수익률기준으로 대체투자에 접근하려면 투자건마다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판단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기본으로 평균치를 목표 수익률에 맞추려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 CEO는 “국내 기관들이 대체투자의 미래 예상수익률을 분석할 때 시나리오 분석을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같이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시나리오도 반영해 그런 상황에서 수익률을 어떻게 방어할지를 미리 고민하고 투자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기형적인 형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해외에서는 고령의 퇴직자들이 더이상 주식으로 무리하지 않고 현금흐름을 안전하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발달해 있다. 신 대표는 “외국인들이 입장에서 한국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예금에 묶여있는 점을 의아하게 여긴다”며 “그들이 본 한국 투자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인데 퇴직연금은 예금에 대부분 묶여 괴리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투자 시 리스크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테드 린 비즈니스 커넥트 차이나 회장은 캐나다의 산림업체에 대한 투자 컨설팅을 사례로 들었다. 6~7년간 42%의 성장을 이어온 회사에 대해 고객사의 실사 의뢰가 있어 실사에 나선 결과 ‘사기’라는 결론을 냈고 이를 통해 고객사가 6억달러의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

린 회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대체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분명하게 실사를 해야 한다”며 “조사도 하고 데이터 분석도 하고 투자를 하는 GP들이라면 어떻게 리스크를 커버할지 꼭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성장 동력이 많고 투자 기회도 많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거버넌스가 투명한 나라는 아니다”며 “규제, 기업, 시장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